블랙홀 흡입력보다 더 강한 자기장 발견했다

입력 2021-03-24 23:00   수정 2021-03-24 23:19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블랙홀에 다가갈수록 일그러지며 다른 시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주인공 모습이 나온다.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과정에 대한 실마리가 국제 공동연구로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사건의지평선(EHT) 국제공동연구팀이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 관측 영상을 24일 최초로 공개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M87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 은하다. 이 초대질량블랙홀은 지난 2019년 4월 EHT 연구팀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로 공개했었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며 시공간마저 일그러뜨린다. 우주 전체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천체다. M87 내 초대질량블랙홀은 태양보다 65억배 더 무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연히 중력도 그만큼 크다. 블랙홀의 중력에 빨려들어가는 물질 일부는 제트(가스 폭풍)형태로 우주로 멀리 날아간다. 흡입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힘이 있다는 뜻인데, 그동안 이 과정이 베일에 싸여있었다.

EHT 연구팀은 2019년 4월 M87 블랙홀 첫 공개 후 지속적인 분석 결과 M87 블랙홀 주변의 빛이 상당 부분 편광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M87 블랙홀 가장자리 빛의 고리가 강하게 자기화돼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편광 관측 영상을 분석한 결과 블랙홀 주변에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함을 알아냈다.

EHT 이론연구그룹 책임자인 제이슨 덱스터 미 콜로라도대 교수는 "M87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 일부는 가장자리 자기장의 압력으로 블랙홀의 중력 에너지를 이기고 밖으로 밀려 제트 형태로 멀리 날아가고, 나머지는 자기장에 끌려 사건의지평선으로 나선운동하며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사건의지평선은 블랙홀의 안과 밖 경계면을 말한다. 사건의지평선을 넘는 순간 일어날 일은 물리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해 이렇게 이름이 붙었다. EHT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에 실렸다.


EHT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세계 65개 기관 소속 300여 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우주 연구팀이다. 남극, 칠레, 스페인, 미국 하와이, 멕시코, 미 애리조나 등에 있는 8개 대형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동해 '렌즈가 지구 크기'인 거대 망원경을 만들어 우주를 연구한다.

EHT 연구팀에 참여하는 한국 연구자들 10명은 미국 하와이 소재 제임스클럭맥스웰망원경과 칠레 아타카마 망원경을 이용해 M87 블랙홀 편광 관측 영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EHT 한국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서울 연세대, 울산대, 제주 중문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토대로 M87 주변 강착원반과 제트 등에 대한 추가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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